쿠팡 오더피커 한 달차, 예상보다 많이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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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계약직 오더피커로 일한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사실 이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냥 “몸으로 버티는 일”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여러 상황을 겪으면서, 단순히 물건을 나르는 일을 넘어
내 생활습관이나 사고방식까지 바뀌고 있다는 걸 느낀다.

첫날은 솔직히 멘탈이 좀 나갔다.
창고 안은 생각보다 훨씬 넓었고, 숫자랑 바코드만 보고 계속 이동하는 게
단순해 보이지만 은근히 정신력이 많이 필요했다.
특히 중량물센터라 그런지 10kg 넘는 물건을 들 때마다
‘아 오늘 허리 나가는 거 아니냐’ 싶은 순간도 있었다.

한달 동안 거의 매일 챙겨 다녔던 장비들.

근데 신기한 건…
사람은 적응한다는 거다.

아침에 일어나면 여기저기 욱신거리는 날이 많다.
상하차할 때는 정말 아프다는 걸 몰랐는데, 자고 일어나면 통증이 제대로 찾아온다.
처음에는 이것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 내가 하루를 열심히 살았구나”
이렇게 받아들이게 됐다.

일하면서 웃긴 일도 종종 있다.
특히 내 담당 PDA 4번은 왜 그런지 몰라도 화면이 가끔씩 까맣게 물든다.
처음엔 진짜 고장 난 줄 알고 리셋도 해보고 껐다 켜도 봤는데 고치질 않았다.
근데 어느 날 그냥 손으로 ‘툭’ 쳤더니 갑자기 살아나는 거다.
그 뒤로는 10분만 지나면 또 어두워지길래… 이젠 그냥 주기적으로 툭툭 쳐주면서 쓴다.
놀러 온 것도 아닌데 기계랑 정 붙이고 있다.

퇴사자도 슬슬 늘고 있다.
한 달 조금 지나니 벌써 네 명 정도가 그만뒀다.
혈압 때문에 눈앞이 흐려졌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침마다 몽둥이로 맞은 것 같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 이게 그냥 단순 알바는 아니구나’ 싶더라.

그 와중에 나는 왜 버티고 있을까?
생각해 보면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은 내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시기고,
몸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했다.

사실 나는 20대 초반에 뭘 했는지 기억조차 잘 안 난다.
그래서 이번엔 살아가는 기록을 남겨두고 싶었다.
예전에는 맨날 실패만 했던 것 같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던 것 같아서
이젠 매일 쓰면서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체크해보려고 한다.

요즘은 부업도 조금씩 알아보고 있다.
블로그도 그렇고, 유튜브 쇼츠도 그렇고…
지금 당장 큰 돈이 되진 않겠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작은 자신감이
지금의 나를 버티게 한다.

쿠팡에서의 하루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서 나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체력도, 습관도, 돈에 대한 생각도,
그리고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기록이 나중에 웃으면서 돌아볼 수 있는 하루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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