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더피커 일을 하면서 느낀 건,
현장에는 의외로 “고쳐지지 않는 문제”들이 꽤 많다는 거였다.
오늘 안전교육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PDA나 장비 고장 문제는 이미 오래된 이슈인데,
수리비만 해도 2024년 한 해에 7천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듣고 보니 수긍도 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좀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이런 아쉬움도 동시에 들었다.

1. PDA나 오더피커 장비 고장은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
오더피커를 하다 보면 장비가 어딘가 한 번씩 이상해지는 순간이 꼭 있다.
PDA 화면이 갑자기 먹통이 된다거나,
오더피커가 덜컹거리며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거나.
처음엔 “고장이겠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엔 그냥 “오늘은 이게 컨디션이 안 좋구나”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회사도 고치긴 한다.
하지만 수리비가 7천만 원씩 나가는 걸 보면
안 고치는 게 아니라 고쳐도 다시 고장나는 구조라는 걸 알 수 있다.
이 부분은 현장에서 일하는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다.
2. 신호체계가 안전수칙과 겹쳐서 더 헷갈리는 문제
오더피커는 기본적으로 한 랙(구역)에 한 대만 들어가서 작업하는 구조다.
출고팀은 고객에게 나가는 물량이라 속도가 중요하고,
입고팀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출고팀을 먼저 보내주는 분위기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교육에서는
랙에서 나갈 때는 클락션을 한 번 울리라고 한다.
그런데 출고팀이 “비켜주세요”라는 의미로 클락션을 울릴 때도 똑같다.
즉,
- “지금 랙에서 나갑니다” 신호
- “비켜주세요” 신호
이 두 가지가 동일한 소리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게 헷갈린다.
입고팀은 클락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뒤를 확인해야 하고,
중앙통로에 있는 사람도 갑자기 소리가 나면
본능적으로 멈추게 된다.
이 멈추는 시간이 모이면
작업 흐름이 끊기고, 집중력도 떨어지고,
작게는 몇 초 단위지만 쌓이면 꽤 큰 낭비가 된다.
3. 효율성을 위해 만든 규칙이 오히려 효율을 깎는 순간
클락션은 분명 안전을 위한 장치다.
하지만 정확한 신호 구분이 없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작업자들끼리 불필요하게 서로 신경을 쓰게 만든다.
예를 들면
“저 사람 내가 비켜줘야 하는 건가?”
“지금 나가려는 건가?”
“아닌가? 그냥 습관적으로 눌렀나?”
이런 식으로 생각할 일이 늘어난다.
작업자에게는 “생각 거리” 하나가 늘어난다는 것 자체가 피로다.
실제로도 서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괜히 기분이 상하는 순간도 있다.
4. 클락션이 가진 ‘한국형 사회적 의미’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서 클락션은 자동차에서도 쉽게 누르는 게 아니다.
조금만 잘못 울려도 “기분 나쁘게 왜 빵대?” 이런 반응이 바로 나온다.
지게차나 오더피커도 결국은 운송장비라
클락션을 울리는 순간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게 인간관계 스트레스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 자체는 나쁜 사람이 아닌데
신호체계 때문에 서로 오해가 생기는 것.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설계의 문제라고 느꼈다.
5. 입고팀이 계속 뒤를 봐야 하는 구조
입고팀은 상대적으로 작업량이 덜 급한 편이라
출고팀에 우선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클락션 소리가 들릴 때마다
뒤를 확인하고 비켜주고,
다시 랙에 들어가고…
이 과정 자체가 에너지 소모가 꽤 크다.
작업 자체보다 “신경 쓰는 일”이 더 피곤한 날도 있다.
사람들과 직접 대화해보면
대부분 괜찮은 분들이고 이해도 높은데
클락션이라는 도구로만 소통하게 되니
의도와 다르게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
마무리
쿠팡은 대기업이고, 안전교육도 빡세게 한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쓰는 체계는
가끔 “사무직이 현장 실무를 잘 모르는구나” 싶은 순간이 많다.
작업 흐름 자체는 괜찮은 편이지만,
이런 사소한 시스템의 한계 때문에
작업자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생각과 피로가 생기는 건 사실이다.
이런 점들이 나처럼 현장 일 처음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가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 이게 원래 이런 거구나…”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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